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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제인] 리뷰 (스포0)

배우는키친 2024. 3. 5. 16:09

방법을 모르겠어.

어떻게 해야 사람들이랑 같이 있을 수 있는지.
 
 
 
꿈의 제인
“불행한 인생 혼자 살아 뭐하니, 그래서 다 같이 사는 거야.” 혼자 남겨지는 것이 두려운 소녀 ‘소현’은 어떻게든 사람들과 어울리기 위해 매일 안간힘을 쓴다. 하지만 그런 ‘소현’을 받아주는 것은 ‘정호’ 오빠뿐이다. ‘정호’마저 소현을 떠나고 누구라도 자신을 찾아주길 바라던 어느 날, 꿈결처럼 미스터리한 여인 '제인'이 나타나고, 그날 이후 소현은 조금씩 ‘제인’과의 시시한 행복을 꿈꾸기 시작한다.
평점
7.4 (2017.05.31 개봉)
감독
조현훈
출연
이민지, 구교환, 이주영, 박강섭, 이석형, 박현영, 박경혜, 김영우, 박혜준, 윤우정, 김가희, 김태희, 윤부진, 권영준, 박영, 손종기, 이학주, 차세빈, 김태윤, 김민송

 

몽환적이고 꿈결같은 영화

그리고 한순간에 모든 것을 앗아가고 차가운 현실을 걷게 하는 영화

소현은 소위 말하는 '팸'을 전전하는 소녀입니다. 무슨 사연인지는 모르지만 그녀에겐 돌아갈 집과 가족이 없죠. 보호자의 울타리가 없는 곳에서 아이들은 모여 자신들만의 아지트를 만듭니다. 각자의 나이도 처지도 명확히 드러나는 것은 없으나 그들이 무척 위태로워 보인다는 것만은 분명합니다.

 

영화의 시간적 순서를 따지자면 조금 복잡합니다. 일련의 사건들이 이미 벌어진 시점에서 소현의 '꿈'이 시작되죠. 그 꿈 속에서 소현은 제인을 만나고 자신이 원하던 따뜻한 보금자리를 얻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 꿈 속에서조차 모든 따뜻함은 물거품처럼 사라지고 말죠. 그 꿈이 깨지고 나서 영화가 우리를 데려다 놓는 곳은 차갑고 날카로운 현실입니다.

 

여기서부터 소현의 진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소현이 어떤 팸에 있었는지, 거기서 누구를 만났는지, 어떤 일이 벌어져서 영화 첫 장면으로 넘어가는지 알려주죠. 그녀의 이야기를 보는 내내 마음 속에서 뭐가 뒤틀리는 듯 불편한 기분이 듭니다. 평온하고 따뜻했던 꿈과 달리 현실은 불쾌하고 괴롭습니다.

 

영화를 처음 보면 소현에게 화가 납니다. 그녀는 꿈속에서도 거짓말로 제인에게 상처를 주고, 현실에서도 용기를 내지 못해 지수를 죽음에 이르도록 만들죠. 그녀를 가장 따뜻하게 대해주고 사랑한 이들은 모두 그녀로 인해 죽어버렸습니다. 그러나 다시 한번 소현을 천천히 살펴보면 그녀를 비난하는 것이 과연 옳은가 라는 생각이 듭니다. 아마도 오래 전부터 제대로 된 보호자에게 보호받지 못했을 그녀는 몰아치는 사건과 상황 속에 어떻게 행동해야 좋을지 늘 알 수 없습니다. 애석하게도 그렇게 갈팡질팡하다 내린 모든 선택이 잘못된 방향으로 일을 만들죠. 어떻게 해야 사람들과 같이 살 수 있는지 모르겠다는 그녀의 말에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탄식이 흘러나옵니다.

 

그래서 소현은 꿈에서나마 자신이 원하던 삶을 만들었나 봅니다. 소현은 그 환상 속에서 갈 곳 없는 아이들을 대가없이 재워주고, 함께 살아가는 법을 가르쳐주는 제인을 만나 잠시나마 평온한 일상을 누리죠. 그곳엔 소현이 좋아하는 사람들만 있고 모든 순간이 아릅답고 몽환적이게 흘러갑니다. 다만 아이들을 보살피는 제인만이 어딘지 모르게 불행해보입니다. 그녀여는 왜 그 많은 사랑을 가슴에 품고도 불행한 얼굴을 하고 있을까요?

 

우리 죽지 말고 불행하게 오래오래 살아요.

 

말미에서 영화는 소현과 제인이 실제로 만났던 순간을 보여줍니다. 자신의 거짓된 삶을 고백하며 불행한 삶일지라도 함께 살아가자고 말하는 제인에게 소현은 강한 동질감과 동경심을 느끼죠. 그런 감정들이 환상 속에서 제인을 불행하게 만든 이유이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추측해봅니다. 그녀를 동경하기에 이상적인 환상의 주축으로 만들었지만, 또한 자신과 공통점이 있는 제인이기에 그 속에서 소현 대신 아파하고, 불행해하고, 죽게 만든거죠.

 

제인처럼 따뜻한 사람을 어디 가서 만나볼 수 있을까요? 사랑이 많은 그녀가 마음을 돌려주지 않는 한 사람에 의해 삶을 견디지 못한 장면이 너무 가슴 아프게 기억에 남습니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제인의 진실된 모습인지 알 수 없지만, 소현의 꿈 속이라 할지라도 그 따뜻한 모습만은 진실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인의 이야기는 어떤 형태로든 소현을 살게 만들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렇게 희망만 남기고 떠나버린 그녀가 조금 원망스럽기도 합니다. 소현은 결국 그 어떤 구원도 얻지 못하고 영영 떠나버렸으니까요. 편지를 숨기고 떠난 소현이 어디로 갔을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철저히 혼자가 되어버린 그녀가 이전보다 나은 삶을 살 수 있을 것 같진 않습니다.

 

갈 곳을 잃은 아이들은 어디로 갈까요?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우지 못한 아이는 어쩌면 좋을까요. 각종 뉴스와 기사에서 지나치게 엇나가버린 아이들의 이야기를 듣습니다. 아이들은 모두 사랑받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하지만 세상은 이상적으로만 굴러가지 않죠. 사회가 돌보지 못한 아이는 어디까지 길을 잘못 들 수 있는가? 그 아이를 어떻게 발견하고 치유해야 할 것인가?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만드는 영화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