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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보고배우고
[영화의 거리] 리뷰 (스포0) 본문

니는 뭐가 그렇게 급한데?
헤어진 연인에게 불같이 화가 나는 이유는 뭘까요? 그 사람이 뭘 잘못해서? 나를 배신해서? 아니요, 가장 큰 이유는 그 사람을 너무나도 사랑했기 때문일 겁니다.
어제까지도 나를 사랑한다고 말하던 작자가 이젠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니, 나를 떠날거라니! 그런 배신감은 어디에서도 느껴볼 수 없을 겁니다. 미칠 것 같은 증오가 끓어올라 상대방에게 온갖 패악를 부리고 말죠. 도저히 이해하기가 힘듭니다. 나 사랑한다며? 평생 내 옆에 있을 거라며? 어떻게 나를 떠나겠단 소리를 할 수 있지? 서울로 가겠다는 도영의 말을 들으며 선화의 마음은 기가 차고 화가 나 미칠 것 같았을 겁니다.
로케이션 매니저와 영화 감독으로 재회한 두 사람. 매 순간 지금만을 바라본 여자와 먼 미래를 기약한 남자는 그 만남에서 상반된 감정을 느꼈을 겁니다. 선화의 마음엔 잊은 줄 알았던 분노가 다시금 타올랐을 것이고 도영의 마음엔 보고싶었던 옛 연인을 만난 설렘이 가득했겠죠. 선화는 자신의 마음을 숨길 줄 몰라 자리를 피하고 도영은 덤덤하고 차분하게 마치 아무 일도 없던 양 행동합니다. 이조차도 너무 다른 두 사람이죠. 드러나는 겉모습과 다르게 어쩐지 미련이 더 진득하게 남은 사람은 도영인 것 같습니다.
과거 회상 장면에서 이런 장면이 나오죠. 함께 있는데도 선화는 어딘가 바빠보이고 도영은 어딘가 의기소침해 보입니다. '일 많이 바빠?' 조심스럽게 물어보는 도영의 대사를 통해 선화는 어딘가에 취직했고 도영은 아닐 것 같단 느낌을 받습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에 처음 발을 내미는 그 순간은 세상에서 가장 작아지는 순간이죠. 직장인인 연인과 그렇지 않은 나, 그런 관계 속에서 느껴지게 될 감정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참.. 마음이 속상해집니다. 자꾸만 작아지는 자신이 싫어서, 더 당당하고 멋진 모습으로 성장해 연인 옆에 서고 싶어서 떠난 도영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게 되죠.
그렇다고 선화를 이해할 수 없는 것도 아닙니다. 선화는 능력과 열정을 모두 갖춘 사람이지만 고향을 떠날 생각이 없습니다. 자신이 사랑하는 가족, 친구, 장소 등 모든 것이 이곳에 있기 때문이죠. '뭐가 그렇게 급한데?' 라고 묻는 선화의 대사에서 그녀가 자신이 사랑하는 것들에 둘러쌓인 채로 평온하고 평화롭게 살아가는 삶을 지향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초조함에 못이겨 떠나고자 하는 도영이, 자신을 떠나겠다는 도영이 무척 못마땅했겠죠.
영화는 두 사람이 다시 만나는 엔딩을 보여주진 않습니다. 오히려 두 사람이 처음 만났던 때의 그 풋풋함과 설렘을 보여주고 끝나죠. 어떤 사랑은 정말 아름답고 진심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영원하지 않습니다. 여러가지 상황과 완전히 같진 않은 서로의 가치관이 때로 너무 극명한 갈림길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그 사랑으로 인해 가을 아침에 부드럽게 쏟아지는 햇빛처럼 따뜻하고 포근했던 순간들까지 변색되는 것은 아닙니다. 사진으로 기록하지 않아도 그 기억과 감정들은 내 삶의 어느 한 부분으로 자리잡게 되죠. 선화와 도영이 다시 만나게 되지 않더라도 마음 속엔 아름다웠던 그 장면들이 남아있을 겁니다.
지난 연애를 미화시키는 예쁜 영화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