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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색대문] 영화 리뷰 (스포O)

배우는키친 2024. 3. 5. 14:52

 

1년 후, 3년 후, 5년 후
내 미래의 모습은 아무리 생각해도 떠오르지 않아.
그렇지만 너의 모습은 선명히 보이는 것 같아.

 

 
 
 
남색대문
여름마다 떠오를 청춘 영화의 클래식 단짝 친구 ‘위에전’에게 사랑을 느끼는 ‘커로우’ 같은 학교 남학생 ‘시하오’를 짝사랑하는 ‘위에전’ 그리고 ‘커로우’의 비밀을 알지만 사랑을 멈출 수 없는 ‘시하오’ “이 여름이 지나고 나면, 내 마음이 선명해질까?”누군가를 좋아하는 감정에 어쩔 줄 몰랐던 열일곱가슴 아린 짝사랑과 설레는 첫사랑 사이에서한 여름의 성장통을 지나는 세 청춘의 이야기대만 청춘 영화의 마스터피스 <남색대문>
평점
8.3 (2021.08.18 개봉)
감독
역지언
출연
계륜미, 진백림, 양우림

 

 

영상미와 ost가 참 아름다운 영화입니다. 영화 전반에 걸쳐 흘러나오던 피아노 선율이 계속해서 떠오르네요. 햇빛을 받아 하얗게 빛나던 멍커로우의 얼굴이 유독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영화였습니다.

 

 

간략 줄거리

영화는 두 소녀가 각자의 미래를 상상해 보는 장면으로 시작됩니다. 두 눈을 감고서 먼 미래의 자신은 어떤 모습일지 얘기하는 중이죠. 린위에전은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하는 미래를 꿈꾸고 있습니다. 그러나 멍커로우는 눈을 감아도 떠오르는 것이 없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자신의 미래가 그려지지 않는 것 같습니다.

장시하오를 좋아하는 린위에전과, 그런 린위에전을 좋아하는 멍커로우. 그리고 멍커로우를 좋아하게 되어버린 장시하오. 영화는 이 세 사람의 삼각관계를 주축으로 이야기를 이어갑니다. 세 사람의 이야기는 어떻게 흘러갈까요?

 

 

중심 인물

• 린위에전

린위에전은 장시하오에게 푹 빠져있는 나머지 그의 물건들을 몰래 훔쳐 와 상자에 보관합니다. 그에게 말 한마디 걸지 못하고 물건이나 훔쳐 오는 자신을 비관하죠. 린위에전은 소심하다 못해 다소 비겁하기까지 한 소녀입니다. 스스로 장시하오에게 다가갈 용기는 내지 못하고 계속 멍커로우에게 도와달라고만 하죠. 편지를 대신 전해달라고 부탁하고선 편지에 자신의 이름을 적을 용기가 없어 멍커로우의 이름을 적습니다. 린위에전을 대신해 온 학교로부터 비난받은 멍커로우는 왜 자신의 이름을 적었냐고 따지지만, 그녀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습니다.

 

• 멍커로우

영화 초반부터 명확하게 드러나진 않지만, 멍커로우는 자신의 이성관에 혼란을 겪고 있는 소녀입니다. 가장 친한 친구인 린위에전에게 친구 이상의 감정을 느끼고 있죠. 짝사랑에 슬퍼하는 린위에전을 위해 기꺼이 장시하오의 가면을 쓰고서 그녀를 안아줍니다. 좋아하지 않고서야 누가 이런 일을 해줄까요? 멍커로우는 이런 감정을 스스로 설명하기도 힘들 정도로 혼란스럽지만 아무에게도 비밀을 털어놓을 수 없습니다.

 

• 장시하오

장시하오는 참 솔직하고 착한 아이입니다. 린위에전의 편지 때문에 멍커로우가 자신을 좋아한다고 생각하죠. 진심을 알 수 없는 태도에 이리저리 휘둘리면서도 점점 멍커로우에게 빠져들게 됩니다. 멍커로우가 자신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을 때 크게 상심하지만, 그녀의 비밀을 듣고서도 진심으로 그녀를 대합니다. 순수하고, 착하고, 올곧은 장시하오. 멍커로우의 눈에 그의 모습은 자신과 달리 너무나 확실하고도 빛나 보입니다.

 

 

성장통이 아름다워 보이는 씁쓸함

혼란에 빠져 어쩔 줄 모르는 어리숙한 소년, 소녀들. 마음이 성장하는 속도가 몸만큼 빠르지 못해서 그런 걸까요? 아이들은 혼란 속에서 도망치기도 하고, 거짓말을 하기도 하고,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기도 합니다. 능숙하게 대처하는 방법 따윈 모른 채, 요령 없이 버티고 보는 게 전부죠. '나는 여자다. 나는 남자를 좋아한다.'라고 수없이 기둥에 적던 멍커로우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자신의 마음을 끝없이 부정해야 했던 그녀의 모습이 참 짠했어요.

 

그러나 한편으론 그런 시간들이 쌓여 단단한 어른이 되리란 것을 알기에, 짧은 한때일뿐인 그 연약함이 참 예쁘기도 했습니다. 어른의 시선이란 이렇게 제멋대로인가 봅니다. 나 또한 그런 성장통을 겪어봤으면서도 그 모습들이 예쁘게 보이다니요. 상처받기 쉬우면서도 부러지지 않는 올곧음이 그들을 더욱 사랑스러워 보이게 만드나 봅니다. 어쩌면 이 영화는 다 큰 어른의 입장에서나 예쁘게 보이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지나간 성장통이 이토록 아름답게 보인다는 사실이 조금 씁쓸하기도 합니다.

 

학창 시절의 가장 예쁘고 순수한 부분들만을 떼어내 아름답게 빚어낸 영화, [남색대문]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