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
1 | 2 | 3 | ||||
4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 31 |
- 돈안쓰기
- 제주여행
- 책쓰기프로젝트
- 작필소설이론초급반
- 영화리뷰
- 영화후기
- 독립영화
- 무지출
- 도전
- 자아실현
- 작필동화이론초급반
- 챌린지
- 플레이스캠프제주
- 동화작가되기
- 소설학원
- 디지털드로잉학원
- 지출줄이기
- 웹소설작가되기프로젝트
- 동화작가되는법
- 시집출판프로젝트
- 시쓰기
- 책만들기
- 제주도여행
- 에세이단독출판프로젝트
- 시쓰는법
- 글Ego
- 시쓰기강의
- 화이팅
- 돈모으기
- 작필시이론초급반
- Today
- Total
먹고보고배우고
제주여행 4일차 본문
사실상 제주도에서의 마지막 날이 밝았다. 하루를 즐기기 앞서, 내일 아침 비행기를 타야하므로 미리 짐을 조금 정리하고 교통편을 마련했다. 첫날처럼 또다시 버스를 2시간 타고 가긴 너무 끔찍했기 때문에 콜택시를 불렀다. 플레이스 캠프에서 제주공항까진 약 1시간, 요금은 카드가 42000원, 현금가 40000원이다. 아침부터 아쉬운 마음을 감출 수 없었으나, 그럴수록 오늘 하루를 더욱 알차게 즐겨야 한다는 마음으로 미리 예약해둔 전시회 가이드 투어를 가기 위해 서둘러 방을 나섰다.

사진 설명을 입력하세요.
시리도록 파란 하늘과 따뜻한 햇빛. 오늘 제주의 최고 온도는 19도로 매우 따뜻한 날씨였다. 전시회를 하는 곳이 그리 멀지 않았기에 플레이스 캠프에서 자전거를 빌려 타고 가기로 했다. 예쁜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기분이 무척 상쾌하고 좋았으나, 예상치 못 하게 오르막길이 너무 많아서 땀을 흠뻑 흘렸다. 돌아오는 길은 좀 더 수월하겠지 뭐. 땀을 뻘뻘 흘리기 전까진 영화 속 한 장면이 된 듯한 기분을 맘껏 즐길 수 있었다.

본격적인 가이드 투어를 하기 전, <카페 바움> 에서 사전설명이 이루어졌다. 그냥 미술관 앞에 있는 카페인가 보다 했는데 카페 사장님이 미술관 소유주시란다. 와우, 재력에 한 번 놀라고 격조있는 플렉스에 두 번 놀랐다.
사전설명은 가이드님의 소개부터 시작되었다. 박서준과 이름이 같은(본인이 직접 말씀하신 부분이다.) 이서준 가이드님은 프랑스에서 도슨트를 하시다가 제주도로 오게 되었다고. 전시 주제인 고흐와 고갱에 대해서 섬세히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주셨다.

전시는 고갱과 고흐, 두 인물을 중점으로 진행되었다. 전시에 대해서 진행이라 말하는게 좀 어색할 수 있으나, 오늘 본 전시는 '미디어 아트 전시' 이기 때문에 진행되었다고 하는 것이 맞는 듯 하다. 그림들을 해체하고 확대하여 벽에 펼쳐놓는 듯한, 붓터치 한 점 한 점 화가가 그림을 완성해나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듯한 영상 흐름이 아주 멋졌다. 이전에 서울에서도 이런 전시를 본 적이 있었는데 그 또한 아주 감명 깊은 전시였다. 문제는 그때도 오디오 가이드를 통해서 그림과 화가의 설명을 들으며 관람했으나, 시간이 조금 지나고 나니 머리속에 남은 것이 하나도 없었다는 점이다. 고갱은 둘째치더라도 고흐는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화가이지 않은가. 고등학교 미술시간에도, 대학교 교양수업에도, 웬만한 교양문화 프로그램에서도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고흐에 대해 그렇게 자주 듣고도 기억나는 것이 없다니. 같은 과오를 저지르지 않기 위해 조그만 노트에 기록하며 가이드님의 설명을 들었다. 조금 창피했지만 어차피 나홀로 여행이고, 남들의 시선을 신경쓰느라 내가 원하는 방식의 여행을 즐길 수 없는건 너무 아까운 손해다.

전시를 보면서 느낀 것은 스토리텔링의 중요성이었다. 영상과 미술작품의 콜라보에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도 분명 있으리라 생각하지만, 나같은 범인은 그냥 그림 한 폭 덜렁 걸어놓고 관람을 하라면 도대체 저걸 보고 뭘 느끼란건지 잘 모르겠다. 시크릿가든에서 하지원이 피카소의 그림을 보며 한 대사처럼, 돈 많고 교양있는 지체높으신 분들만 느낄 수 있는 그런 뭔가가 있나 싶어 조금 박탈감이 느껴지기도 한다. 그래서 내겐 스토리를 가진 이 미디어 아트 전시가 굉장히 즐겁고 의미있는 관람이 될 수 있었다. 마치 뮤직비디오를 보듯 그림의 숨겨진 사연을 볼 수 있었던 시간. 여기에 이서준가이드님의 설명이 더해지니 굉장히 만족도 높은 관람시간이 되었다. 부드럽고 편안한 목소리는 미디어 아트에 푹 빠질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전시 관람을 마친 후 카페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소감문을 쓰다가 잠시 몸이 뻐근해진 틈에 카페 1층에 있는 커피박물관을 둘러보았다. 커피를 만들 때 쓰는 도구와 커피의 역사, 우리나라에 커피가 들어오게 되고 일상화된 경위 등을 알 수 있었다. 매일 하루도 빠짐없이 커피를 마시면서도 이렇게나 커피에 대해 몰랐나? 싶을 정도로 많은 지식을 얻을 수 있었다. 나는 풀시티로 로스팅 된 커피를 좋아했구나. 음.

일정을 마치고 플레이스 캠프로 돌아오니 제법 늦은 시간이었다. 오늘 밤은 플레이스 캠프의 액티비티 중 하나인 캠프닉이 예정되어 있었다. 바닷가에서 불을 피우고 낯선 이들과 둘러앉아 짧은 노을이 저 너머로 사라지는 것을 지켜보았다. 바닷물이 밀려드는 소리를 들으며 두런두런 이야기도 나누었다. 타닥타닥 타오르는 불 앞에서 인간은 왠지 모르게 솔직해지고 감정이 풍부해지는 경향이 있다. 생각보다 진솔한 이야기들을 들으며 나에 대해 털어놓고 싶어지는 충동을 아슬아슬하게 참아야했다.

마지막 만찬은 플레이스 캠프 내부 술집 스피닝울프의 <달구이&칩> 과 레드락. 플레이스 캠프 투숙객에겐 메뉴 주문시 레드락 한잔을 무료로 마실 수 있는 쿠폰이 제공된다.
앞으로 한동안은 먹을 수 없을 폼포코식당의 타코와사비를 또 먹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단체손님이 있어 일반손님을 받지 않았다. 그러나 약간의 아쉬움과는 별개로 이 달구이가 무척 맛있었다. 맥주에 재운 생선튀김인데, 사실 사진만 보고 치킨인줄 알고 시켰다. 한 입 먹자마자 생선튀김인걸 안 동시에 너무나 부드럽고 촉촉한 맛에 깜짝 놀랐다. 대한민국의 학교 급식을 경험해본 이들은 모두 알 것이다. 급식으로 나오는 생선튀김이 얼마나 맛이 없는지. 덕분에 생선튀김에 대한 인식이 굉장히 나빴었는데 오늘 우연히 먹게 된 이 음식으로 인해 나의 인식은 완전히 바뀌었다. 생선튀김이 이렇게 맛있는 음식이었구나. 집으로 돌아가면 생선튀김 맛집을 찾아봐야겠다.
내일이면 여행도 끝이 난다. 이젠 일상으로 돌아갈 준비를 해야할 시간이다. 우울해지는 마음을 막을 도리가 없어 큰일이다. 이번 여행으로 나는 제주도에 중독되어버렸다. 아마도 머지 않은 때에 또다시 이곳에 오게 되겠지. 다음에 왔을 땐 돌아가는 기분이 좀 더 행복했으면 좋겠다. 이번 여행을 계기로 나의 일상에도 변화가 생기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