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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해줘!] 리뷰(스포0)

배우는키친 2024. 3. 7. 20:29

 

사랑해.
유학 그게 대수냐, 나 기다릴 수 있어.

 

어떤 사랑고백은 평범하고 일상적이기에 더 가슴 깊이 와닿는 것 같습니다. 드라마틱하고 극적이지 않아도, 준비되지 않은 말들로 서투르게 전하는 진심이 오히려 더 절절하게 전해지기도 하니까요. 두 남자의 한밤중 고백 어드벤처를 다룬 영화 <구해줘!> 리뷰 시작하겠습니다.

 

곧 유학을 떠나는 여자친구와 헤어질 위기에 처한 교환. 상심에 빠진 교환은 여자친구가 주었던 연애편지를 변기에 버립니다. 애꿎은 피해는 진수가 당하는군요. 변기가 막혀 집안이 엉망이 되어버린 진수는 교환의 집으로 가서 도움을 청합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여자친구를 떠나보내야 하는 교환의 사정을 듣게 되죠.

 

아, 이 젊은이들의 사랑이 진수의 가슴에 강하게 꽂힙니다. 기러기 아빠인 진수는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내는 허전함이 얼마나 큰지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 당장 사랑을 고백하러 가야 한다며 강하게 교환을 설득한 진수는 여자친구의 집까지 가는 계획을 거창하게 짭니다. '여기서 홍대까지 넉넉잡아 1시간이면 간다고!'

 

편의점에서 목 좀 축이고, 명동 옷 가게에 들러서 양복 한 벌 쫙 빼입고 가자!

 

1시간 이동하는 게 뭐 그렇게 큰 일인가 싶지만, 이게 생각보다 참 만만치가 않습니다. 시간은 밤 12시, 이들은 자전거에서 굴러떨어지고, 양복점 사장님께 면박을 당하고, 회사에 갇힌 차를 꺼내오는 등 나름의 어렵고 힘든 과정을 거쳐 홍대에 도착합니다. 사랑한단 말을 전하기가 왜 이렇게 어려운가요? 몇 마디 되지도 않을 그 고백이 참 어렵습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우리의 삶 속에서도 사랑한단 말은 늘 어려웠던 것 같습니다. 자전거를 타지 않아도, 멋진 옷을 갖춰입고 있어도 사랑한다고 전하기란 쉽지 않죠. 사랑한단 말은 때로 큰 용기와 행동력을 필요로 하는 것 같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해뜰 때가 다 되어서야 도착한 이들은 여자친구가 일어나길 기다리며 담소를 나눕니다. 기껏 도와줬더니 잔소리 몇 마디 했다고 '아저씨 담배나 끊으세요.' 앙칼지게 받아치는 장면이 참 재밌었습니다.ㅋㅋ 젊은이들의 사랑은 어떤 결말을 맞을까요? 여자친구에게 전할 말을 연습하며 진심을 내뱉던 교환의 모습을 생각하면 그 끝은 해피엔딩일 것만 같습니다. 아마 며칠 후엔 기러기 아빠와 기러기 남친끼리 술 한 잔 기울이며 잘 지내고 있겠죠. 티격태격 거리면서요.

 

젊은이들을 뒤로 하고 집으로 향하는 진수는 아내에게 전화를 걸어 보고싶다고 말합니다. 사랑한단 말만큼이나 보고싶단 말도 입 밖으로 참 꺼내기 어렵죠. 새삼스러울 만큼 쑥스럽게 보고싶단 말을 꺼낸 진수는 오래 전 젊었을 때의 추억을 아내와 함께 얘기합니다. 영화 시작에 외롭고 텅 비어 보이던 표정에 비해 부드럽게 미소 짓고 있는 진수의 얼굴이 무척 편안해 보입니다. 사랑한다고 보고싶다고 말하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좀 더 가까워질 수 있는 걸까요? 비록 몸이 멀리 있을지라도 서로의 진심을 전할 수 있다면 그 사랑은 보다 굳건해지는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한국어 제목인 <구해줘!>보다 영어 제목인 <Midnight express>가 더 어울리는 영화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자정이 넘은 시각,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기 위해 달려가는 영화이니까요! 정인기 배우님과 구교환 배우님의 케미가 정말 귀엽고 또 귀여웠습니다. 삽입된 음악도 하나같이 너무 적절하고 듣기 좋았네요. 음악이 너무 좋다 생각하고 크레딧을 보니 뜬금없이 선우정아님이 등장하시던....!! 과연 음악이 괜히 좋은 게 아니었나 봅니다.ㅋㅋ

 

20분 가량의 짧은 독립영화였지만 시종일관 웃으며 재밌게 볼 수 있었던 영화였습니다. <구해줘!>는 어플 vimeo에서 감상 가능하니 관심있는 분들은 찾아보시기 바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