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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보고배우고
[숏버스 이별행] 리뷰(스포0) 본문

XX 지금 이런 기분으로 무슨 노래를 해요.
오늘의 영화는 4편의 단편영화로 이루어진 <숏버스 이별행> 입니다. 귀엽고 감성적인 포스터와는 다르게 4가지의 이별이 참 아름답지는 않습니다. 각 작품 별로 다양한 개XX가 나오는 오늘의 영화 <숏버스 이별행> 리뷰 시작하겠습니다.^^

첫 번째 영화 <뜨거운 안녕>
영화 시작부터 매우 씩씩거리며 남의 집을 박차고 들어가는 진아의 모습이 보입니다. 안에는 진아의 전남친 경남과 그의 새로운 여자친구 주현이 살고 있습니다. 진아는 다짜고짜 커다란 캐리어를 꺼내 자신의 짐을 싸기 시작합니다. 이런.. 그녀의 이별은 오래 되지 않았나 보군요. 아직 그녀의 물건이 집 안에 남아있을 정도로 헤어진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경남은 무슨 생각으로 벌써 또다른 여자와 동거를 하고 있는 걸까요?
그런데 이 여자, 눈치가 없는 건지 사람 약올리는 건지 말하는 한 마디 한 마디가 주옥 같습니다. '근데 언니 요즘 학교 왜 안 나오세요? 저 때문에.. 안 나오시는 건 아니죠..?' 그렇습니다. 주현은 진아의 학교 후배입니다.
경남의 냉장고에는 진아와 경남, 주현 세 사람이 친밀한 모습으로 함께 찍은 사진이 버젓이 붙어 있습니다. 그 사진을 본 진아의 마음은 부글부글 끓죠. <뜨거운 안녕>의 개XX는 2마리였군요. 여친 후배랑 바람난 남자와 선배 남친과 바람난 여자, 아주 끼리끼리 잘 만났습니다.
진아는 가득 채운 캐리어를 이끌고 힘겹게 길을 올라갑니다. 오르막길도 내리막길도 참 쉽지가 않습니다. 그녀는 울분을 쏟으며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는 캐리어를 이끌고 꾸역꾸역 나아갑니다.
경남과 주현에게 면박을 주고 불같이 화를 내는 진아의 모습은 참 멋있었습니다. 체면 차리지 않고 자신의 마음에 따라 솔직하게 행동한다는 게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니까요. 하지만 그와 별개로 마음을 정리하는 과정은 쉽지 않습니다. 내 맘대로 움직여주지 않는 캐리어처럼요. 정말 화가 머리 끝까지 나지만 진아는 마지막까지 그 캐리어를 챙기고 올라와 쓰레기장에 버리고 갑니다. 마치 지난 연애에 대한, 그리고 두 년놈에 대한 모든 것을 정리하듯이요. 마음껏 화내고 울분을 토했던 그녀는 캐리어를 떨쳐내고 제 갈 길을 떠납니다.

두 번째 영화 <Unprofessional>
혜승은 밴드 원더러스트의 보컬입니다. 오늘은 그녀의 마지막 무대죠. 제법 인기가 많았던 듯 사람들이 아쉬워하는 소리가 공연장에 가득 찹니다. 혜승은 양주를 벌컥벌컥 마시며 힘겹게 자신이 밴드를 그만 두는 이유를 설명하려 합니다. 그러나 주변에서 자꾸 방해하는 바람에 끝내 제대로 된 말로 고백하지는 못하죠.
혜승은 무엇에 그렇게 화가 났는지 욕지꺼리를 남발하며 무대를 이탈하려고 합니다. 그런 그녀를 매니저가 붙잡습니다. '너 2천만원 있으면 지금 내놓고 가' 아, 2천만원... 엄청난 위약금에 혜승은 기가 차지만 이내 발걸음을 돌려 마지막 곡을 부릅니다.
2번 개XX들은 베이시스트 현우와 기타리스트 지은입니다. 이들은 혜승 몰래 바람을 피웠죠. 배신도 이런 배신이 없습니다. 밴드를 한 지가 벌써 6년인데! 가족보다도 가까웠을 그들 사이에서 치정극이라니 이런 막장이 또 있을까요. 그런 상황에서 같이 무대에 올라 멀쩡히 공연을 하라니, 맨정신으로 그런 짓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겁니다.
결국 무대는 난장판으로 끝납니다. 혜승은 위약금을 물었을까요? 잘 모르겠네요. 어쨌거나 3개월 후 이들은 또다시 함께 공연을 합니다. 사랑은 사랑, 배신은 배신, 돈은 돈이니까요. 잠깐은 감정이 이성을 앞서겠지만, 매니지먼트에 묶인 이상 이들은 비즈니스 팀입니다. 아무리 치가 떨려도 돈은 벌어야죠. 그렇게 언프로페셔널한 모습으로 시작된 영화는 프로페셔널한 모습으로 끝이 납니다.

세 번째 영화 <중성화>
혜수는 아주 놈팽이 남친과 사귀고 있습니다. 그녀의 남자친구 상민은 직업도 없으면서 공부한답시고 맨날 여자나 꼬시고 다니는 개XX죠. 정말 가진 건 쥐뿔도 없으면서 여자라면 사족을 못 쓰는 그런 사람입니다. 혜수는 그런 상민이 아주 지긋지긋하지만 헤어지진 못하고 있습니다. 아직 사랑하기 때문일까요, 아니면 어느샌가 이 관계가 습관처럼 되어버렸기 때문일까요?
오늘은 상민의 고양이 루나의 중성화 수술 날입니다. 진료를 기다리며 헤어지자고 얘기하지만 상민은 헛소리나 내뱉습니다. '그래, 내가 공부를 너무 오래 하고 있지? 루나는 네가 맡아줘.' 누가 보면 시험에서 계속 낙방하고 있는 상민을 혜수가 버리는 줄 알겠네요. 게다가 혜수에게 루나를 맡아달라니...! 정말이지 양심도 책임감도 찾아볼 수 없는 인간입니다.
진료실에서 혜수는 더욱 기가 막힙니다. 동물병원 원장 수빈과 상민이 아는 사이네요? 수빈과 상민이 어떤 관계인지 모르는 상황에서 혜수는 두 사람과 함께 밥까지 먹습니다. 밥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모르겠군요. 예전에 둘이 무슨 사이였냐고 묻자마자 수빈의 전화가 울립니다. 이런, 루나에게 큰일이 났습니다.
병원에 도착한 혜수는 불같이 화를 냅니다. 억지로 떠맡은 고양이지만 정이 많이 들었던 모양입니다. 밤이 깊어지자 상민은 공부를 핑계로 집에 가버리고 병원엔 혜수와 수빈, 당직 간호사만 남습니다. 하룻밤을 꼬박 새운 끝에 루나가 괜찮아진 것을 확인하죠. 하룻밤 사이 알게 모르게 태도가 누그러진 혜수는 수빈과 함께 아침을 먹으며 불현듯 떠오른 질문을 다시 꺼냅니다. 두 사람 예전에 혹시 별 일 없었어요?
'별 일은 없었고, 저 1학년 때 상민오빠가 저 임신시키고 군대로 도망가서 잠적했어요. 아주 시XX놈이에요, 저 XX.'
저도 모르게 상민에게 마음이 풀려있던 혜수의 머릿속이 멍해집니다. 습관처럼 다시 잘 지낼 것 같았던 두 사람의 모습이 와장창 깨지는 것 같습니다. 하다하다 이렇게까지 개XX라고? 수빈은 혜수에게 상민의 바닥을 보여주기 위해서 그렇게 반가운 척을 했었나 봅니다. 그게 아니고서야 절대로 상민이 반가울수도, 함께 밥을 먹을 수도 없겠죠.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된 혜수는 터덜터덜 택시를 타고 떠납니다. 순식간에 혜수와 루나에게서까지 버림받은 상민은 자신이 버림받은 줄도 모르고 또다시 다른 여자에게 치근덕댑니다. 아마 상민은 평생을 그렇게 살겠죠. 너덜너덜해진 혜수와 루나가 하루 빨리 괜찮아지기만을 바랄 뿐입니다.

네 번째 영화 <그녀는요>
미영씨는 배우입니다. 자신을 사랑하고, 자신의 일도 사랑합니다. 밝고 긍정적이고 사람들에게 친절을 베푸는 데에도 망설임이 없는 좋은 사람입니다. 그런 그녀에 대해서 주변인들을 인터뷰하는 것으로 영화가 시작됩니다. 하지만 어쩐지 다들 그녀가 어떤 사람인가에 대해선 관심이 없어보이네요.
미영은 오늘 매우 들떠있습니다. 오늘은 드디어 소개팅남과 만나는 날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잔뜩 설레어서 약속장소에 도착한 미영과 달리 상대방은 눈에 띄게 실망한 기색을 보입니다. 분위기가 굉장히 어색하지만 어쨌든 두 사람은 밥을 먹으러 가죠.
'음식 그것만 시켜도 되겠어요?' '사진을 미리 보내면 서로 시간낭비 안 하잖아요.' '여배우는 아니실 것 같아요.' 이 남자, 좋게좋게 참고 넘어가보려 했건만 선을 넘어도 너무 넘습니다. 마지막 개XX의 어록이 아주 대단하군요. 도저히 참을 수 없던 미영은 소개팅남에게 사이다같은 대사를 날리며 가게를 나갑니다. 시간낭비는 내가 했어요. 배 많이 고프신 것 같은데 이거 제가 살 테니까 많~이 드시고 가세요.
시무룩해져서 터덜터덜 걷는 미영 앞에 곤란에 처한 두 사람이 보입니다. 무거운 짐을 지고 계단을 오르려는 할머니와, 할머니를 돕고 싶지만 도저히 힘이 없는 동건이죠. 미영은 씩씩하게 할머니의 짐을 번쩍 들고 올라갑니다. 그녀의 친절함은 시무룩한 상황에서도 변함이 없습니다.
동건은 미영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미영은 별거 아니라고 하지만 동건의 눈에는 그녀가 참 멋있습니다. 동건도 오늘 소개팅을 하고 온 참이지만 잘 되진 않았죠. 동건은 소개팅 실패의 이유를 자신에게서 찾습니다. 힘이 약해서, 키가 작아서 등등 여러가지 이유를 찾아내죠. 그런 동건에게 미영은 말합니다. 다른 사람이 원하는 모습에 자신을 맞추지 마요. 한 번 사는 인생 자신을 사랑하고, 좋아하는 일 하며 살아야죠!
누가 뭐래도 자기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은 자기 자신입니다. 자기를 가장 사랑할 수 있는 사람도 자기 자신이죠. 미영은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 지 잘 알고 있고, 다른 사람이 뭐라든 그런 자신을 사랑합니다. 스스로를 사랑하는 사람은 참 빛납니다. 미영의 빛을 동건은 본 것 같죠? 두 사람이 함께 열심히 에어로빅을 추는 장면으로 영화는 끝이 납니다.
<숏버스 이별행>은 4가지 상황에서 이별해 대처하는 여성들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들은 화내고 소리치고 버티다가 끝내 마음을 정리하죠. <그녀는요> 의 경우 조금 결이 달라보입니다만, 무례한 사람과의 관계를 망설임없이 끊어버리고 자신의 모습을 온전히 바라봐주는 새로운 사람을 만난다는 점에서 전체 영화의 마무리를 잘 해주고 있습니다.
영화는 마치 이별 앞에서 초연한 척 하지 말라고 얘기하는 것 같습니다. 이별 후에도 학교는 졸업해야 하고 일도 해야하고, 멈춤없이 삶을 살아가야 하지만 도저히 아무렇지 않은 척 넘어갈 수는 없는 거니까요. 사랑했던 만큼 믿었던 만큼 고통스러운 것이 당연하고, 우리는 그 고통을 넘어서서 극복해야 합니다. 영화를 보면 그러기 위해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마주하고 잘 배출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느껴집니다.
사회에서는 종종 자신의 감정을 숨기고 절제하는 것이 미덕으로 여겨지곤 합니다. 물론 학교나 직장에서 난동을 부리는 사람이 되어서는 안 되겠죠.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나 자신도 알 수 없을 정도로 감정을 꽁꽁 숨기는 것도 옳지 않습니다. 화낼 만큼 화내고 고민할 만큼 고민하다가 미련없이 자신의 길을 떠날 수 있다면 그게 가장 좋은 것 같습니다. 진아처럼, 혜승처럼, 혜수처럼, 미영처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