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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미더 고스트] 리뷰 (스포0)

배우는키친 2024. 3. 7. 19:56
내가 여기서 뭘 더 해야 돼?

 

 

줄거리 소개

주인공 예지와 호두는 20년지기 절친입니다. 21세기 대한민국 청년답게 사는 게 참 힘들죠. 호두는 폐기 음식으로 하루하루를 연명하는 편의점 알바생이고, 예지는 고스펙 미취업자입니다. 취업도 안 되는 마당에 보증금까지 쏟아부은 주식은 망해버렸습니다. 어쩔 수 없이 새로 이사했다는 호두의 집으로 들어가 살게 되죠.

 

근데 이 집이 참 이상하게 너무 좋습니다. 넓직한 거실과 주방, 욕조가 딸린 화장실이 있는 2층 집의 가격이 무려 보증금 2000에 월세 33만원! 수상해도 좀 수상한 게 아닙니다. 게다가 어디서 자꾸 굴러나오는지 모를 인형과 이상한 꿈, 미스테리한 현상까지...! 두려움에 벌벌 떨던 두 사람은 어딘가 행동거지가 어색했던 옆집 남자를 찾아가 숨겨진 사실을 알아냅니다. 바로 이전에 살았던 여자가 자살을 했다는 것이죠.

 

사실을 알자마자 귀신은 본격적으로 두 사람을 괴롭힙니다. 그리고 그 집을 벗어나고자 하는 두 사람의 눈물겨운 노력이 시작되죠. 이사 나가기 위해 여러 세입자를 구해보지만 번번히 귀신의 훼방으로 실패합니다. 퇴마사라도 불러볼까 하지만 가격이 영 만만찮군요. 하다못해 온 집안 곳곳에 소금과 팥을 뿌려보지만 오히려 귀신의 분노만 샀을 뿐 하나도 소용이 없습니다.

 

매번 집에서 잠도 못자고 편의점에서 울던 두 사람은 드디어 마지막 동아줄을 찾아냅니다. 바로 어마어마한 할인가로 퇴마를 해주는 꽃도령! 아이돌 출신 꽃도령은 그 이름과 같이 꽃같은 외모와 목소리로 두 사람의 신뢰를 얻습니다. 하지만 귀신을 발견한 순간 줄행랑을 쳐버리죠. 그렇습니다. 그는 사기꾼이었던 것입니다. 사람 좋게도 술 한 잔 하며 꽃도령의 사정을 들어주던 중 다시 한번 귀신의 횡포가 시작됩니다. 집안이 난리나는 통에 결국 경찰서까지 가게 되죠.

 

경찰서에서 세 사람은 뜻밖의 이야기를 듣습니다. 바로 귀신의 죽음이 불법 촬영 때문이라는 이야기였습니다. 집으로 돌아와 착잡한 심경으로 노트북을 뒤지던 예지는 범인이 카메라를 설치하는 영상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리고 귀신의 도움으로 범인이 그녀를 살해하는 장면이 찍힌 영상을 얻게 되죠. 그녀의 죽음 원인은 자살이 아니었던 겁니다.

 

뭐 이후로는 조금의 우여곡절 끝에 범인을 찾아 경찰에 넘기고 귀신은 성불하고 세 사람은 행복해졌다는 이야기입니다.

 

아쉽다 아쉬워

제가 이 영화에 대해 이야기 하고 싶은 점은 3가지 입니다.

 

첫 번째, 시간을 좀 더 적절히 분배했다면 좋았을 것 같습니다. 한시간 반의 러닝타임 동안 처음 한시간은 무척 재밌었습니다. 천진난만한 호두와 어딘가 허술한 예지, 집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두 사람의 노력이 코믹하게 그려져 상당히 유쾌했습니다. 그러나 나머지 30분은 갑자기 너무 많은 이야기를 하느라 정신없이 흘러갑니다. 이전 세입자의 죽음에 대한 비밀도 밝혀야하고, 범인도 잡아야하고, 21세기 어려운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으로서 주눅 든 세 사람의 자존감도 일으켜 세워야 하죠. 가장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청년세대의 어려움이었던 것 같긴 한데... 갑자기 30분 안에 어떤 결말을 내려하니 제대로 마무리를 짓지 못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듭니다. 러닝타임을 늘리던가 아님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나 버리던가 좀 더 과감한 선택을 했어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두 번째, 과연 불법 촬영이 그저 이야기 전개만을 위한 소재로 쓰여도 되는가에 대해서입니다. 귀신이 영화에 나오는 이상 그의 죽음에 대해서 이야기 하지 않을 수 없겠죠. 그 어떤 죽음도 가벼운 사연은 없겠으나, 성범죄를 소재로 사용하는 것이 과연 옳았나 라는 생각이 듭니다. 영화에서는 불법 촬영을 '몰카'라고만 이야기 하고, 피해자는 불법 촬영 피해에 시달리다 못해 끝내 가해자에게 살해당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내용은 아주 짧은 시간 안에 서술되죠. 서사를 위해 잠깐 사용될만한 내용이 맞는지 생각이 많아지게 됩니다.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영화를 만들고자 하더라도 제작하는 입장에서는 좀 더 많은 고민을 해야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세 번째, 지나친 생략입니다. 첫 번째에 이어지는 내용인데요, 마지막 30분에 이야기를 마구 전개시키다 보니 관객의 입장에서 납득가지 않는 장면들이 상당히 있었습니다. 가령 범인이 가면을 쓰고 나오는 장면에서 고개를 까딱거리는데 이게 틱장애를 암시하는 건지 뭔지 이해하기 어렵다던가, 그걸 되게 중요한 장면인 것처럼 보여줘놓고선 정작 범인을 특정할 때는 갑자기 나타난 다른 영상이 결정적 증거가 된다던가, 분명 칼에 찔렸던 호두가 너무 멀쩡하다던가, 예지와 호두를 상대로 사기를 쳤던 꽃도령이 너무 태연하게 삼총사라도 된 것처럼 군다던가 등등입니다. 이야기를 납득할 수 있는 전개가 부족하죠. 특히 호두가 칼에 찔리고도 멀쩡한 장면은 그 흔한 '사실 옷 속에 인형을 넣어놨었다.' 같은 설정도 없습니다. 게다가 영화포스터에는 꽃도령이 아이돌 데뷔를 준비하다가 사기를 당했다는 내용이 있는데, 영화에선 그런 내용을 찾아볼 수 없습니다. 청년들의 취업난이나 어려움에 대해 얘기하고 싶었다면 꽃도령의 이야기는 생략하지 말았어야 했던 것 아닐까요.

 

개인적으로 처음 한 시간 동안 참 재밌게 봤는데 마지막 30분이 너무 아쉬웠습니다. 영화의 목적을 좀 더 명확히 하고 디테일을 살렸다면 좋았을텐데요. 정말 재밌었는데 끝 마무리가 아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