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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보고배우고
[우리 손자 베스트] 리뷰 (스포0) 본문

나 진짜 쪼다짓 같은 거 해보려고
우선 이 영화는 혼자 있을 때 보시기를 추천드립니다. 생각보다 상당히.. 선정적인 장면이 많아요. 가족들과 함께 볼 경우 아주 껄끄러워지실 수 있습니다...
간단하게 내용을 소개하자면 아주 극단적인 성향의 커뮤니티를 하는 청년과 아주 극단적인 정치 성향을 가진 할아버지가 만나는 이야기입니다. 이 둘은 다른 사람들이 불편해하든 말든 아랑곳하지 않고 본인이 옳다고 믿는 대로 행동합니다. 행동하는데 있어 거리낌 없게 만드는 그들의 신념은 어디에서 왔을까요? 그들로 하여금 최소한의 배려와 예의, 공감을 버리게 만든 것은 무엇일까요?
주인공 교환은 대학을 졸업했지만 취업은 못한 백수입니다. 뭐라도 해보려 공무원 학원 등록도 하고 전화영어도 등록하지만 금세 취소해버리거나 진지하게 임하지 않죠. 가족들은 그런 그를 눈 앞에 있어도 존재하지 않는 사람처럼 대합니다. 아직 학생인 여동생은 대놓고 그를 무시하며 '대학 졸업해도 저러고 사는데 대학을 꼭 가야하느냐?' 라고 말하죠. 가족 중 그런 그녀를 나무라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그런 상황 속에 있다면 누구라도 자존감이 바닥을 치겠죠? 교환은 떨어진 자존감으로 인한 분노를 인터넷 세상에서 터뜨립니다. 혐오할 수 있는 모든 대상을 혐오하고 약자에게 모욕을 줌으로써 아등바등 떨어진 자존감을 치켜세웁니다.
'노병은 죽지 않는다!' 큰 목소리로 열변을 토하는 노인 정수는 온갖 애국활동으로 바쁩니다. 본인은 애국이라고 주장하지만 사실 보는 입장에서는 그저 폭력과 허세에 찌들어있는 모습에 지나지 않죠. 그런 그가 작아지는 곳은 오직 두 곳, 가족들과 국가유공자 심사관 앞입니다. 정수는 다른 사람들 앞에서는 늘 떵떵거리며 위신을 세우지만 어쩐지 가족들 앞에서만은 목소리도 모습도 작아집니다. 손자는 할아버지를 만나는 것이 영 귀찮고, 아들 내외는 얼굴을 보여주지도 않죠. 애국활동을 인정받아 국가유공자가 된다면 가족들 앞에서 좀 당당히 가슴 펼 수 있으련만, 잔뜩 기대를 안고 찾아간 시상식에서는 끝내 정수의 이름이 호명되지 않습니다. 나라를 위한 일이라며 아무리 큰소리를 치고 경찰서를 들락거려도 결국 그 모든 것은 의미없는 일이었습니다. 어쩌면 당연한 결과죠. 정수가 한 모든 일은 자신만이 옳다고, 당신들은 틀렸다고 억지부리는 일이었으니까요. 거기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암까지 걸렸습니다. 이제 정수는 도저히 위대해질 방법이 없습니다.
정수가 국가유공자 심사에서 탈락한 것처럼 교환의 상황도 좋지 않습니다. 제대로 한번 사고치고자 인터넷에서 알아낸 방법으로 폭탄을 만들지만 써먹지 못하죠. 맘 먹고 도착한 현장엔 이미 선수친 사람이 있습니다. 아마 폭탄제조법을 인터넷에 올린 당사자가 아니었을까요? 과격하면서도 신념이 있고 멋진 사상가였던 상상 속 자신과 달리, 현실의 교환은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되었습니다. 아, 이젠 어떻게 해야 할까요? 결국 교환은 자신에게 창피를 주었던 여자를 납치하기에 이릅니다.
까불면 안되죠?
그렇지만 우리의 김상현 성우님은 너무나 멋진 여성...! 교환이 묶은 밧줄 쯤은 가볍게 풀어버리고 교환과 맞짱을 뜨기 시작합니다.(!) 너무나 예상 가능하게도 교환이 지고 말죠. 큰 소리로 밖에까지 들리게 외치지 않으면 납치 혐의로 고소할 거란 말에 교환은 자신의 사상에 반대되는 슬로건을 아주 크게 외칩니다.(이승만 XXX!!!) 신념이고 체면이고 뭐고 이제 남은 것이 아무것도 없어 보입니다.
더이상 물러설 곳이 없는 정수와 교환은 함께 현충원으로 갑니다. 이제 정수가 그곳에 묻힐 수 있는 방법은 아무도 없는 밤에 몰래 무덤을 파는 것 뿐이기 때문입니다. 교환은 묵묵히 정수를 도와 삽으로 흙을 퍼냅니다. 그리고 마음의 준비를 끝낸 정수의 뒤통수를 내리치죠. 정수가 쓰러지면서 뒤에 보이는 교환의 얼굴은 울고 있습니다.
정수도 교환도 알고 있었을 겁니다. 이미 오래 전부터 자신들은 설 곳 없는 약자였다는 것을요.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자신의 바닥을 인정해야 하지만 그러고 싶지 않아 비뚤어진 방식을 택했다는 것 또한 알고 있었을 겁니다. 그러나 도저히 멈추지 못한 두 사람은 남의 무덤을 훔치는 데까지 이르렀습니다. 정수를 남의 무덤에 묻고 나오면서 교환이 묻습니다. '근데 전 이제 뭐 하죠?'
청년들의 극악한 취업난도 비대해진 노인 인구의 열악한 환경도 이미 새삼스러울 것 없이 오래 전부터 불거져온 우리 사회의 문제입니다. 경제적으로 심적으로 더 갈 곳 없이 내몰린 이들의 마음 속에 증오가 자라나지 않는 것이 오히려 더 이상하겠지요. 해결할 수 없는 증오는 더 약한 자들에게 쏟아지고, 누군가를 짓밟음으로써 잠시 잠깐 느껴지는 희열은 마약처럼 사람을 중독시킵니다.
조금의 거리낌도 없이 누군가를 혐오하는 이를 보며 우리는 눈살을 찌푸리지만 그들이 왜 그런 행동을 하는가에 대하여 생각하는 일은 잘 없을 겁니다. '혐오와 증오는 왜 생겨나는가?' 라는 의문에 아주 날것의 대답을 던져주는 영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