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안 쓰기 챌린지 11일차 #돈안쓰기 #챌린지 #돈모으기 #무지출 #그러나 #오늘도 ㅎ
오늘 일 끝나고 회식이 있었다. 우리 회사는 촌스럽게 회식 때 술만 먹지 않는다. 무려 청담동에 피아노 연주회를 보러 갔다(!!)
오랜만에 그런 피아노 연주를 들으니 굉장히 좋았다. 한예종을 수석으로 졸업했대나, 유럽에 연주 여행을 다닌대나 어쨌대나 그런 걸 다 떠나서 피아노 연주가 굉장히 부드러워서 좋았다.
어떤 취향이 있다고 할 만큼 클래식 음악을 즐겨듣는 편은 아니지만, 드뷔시나 슈만의 음악을 좋아하는 만큼 부드러운 연주를 좋아한다. 어쩌면 어떤 음악 애호가는 이런 나의 말조차 우습게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어쨌거나 오늘 본 연주의 피아니스트는 특히 왼손 연주가 매우 부드럽게 움직였다. 스크랴빈의 피아노 연주곡은 처음 들어봤는데, 몇 곡 들어보지 않았지만 앞으로 나의 취향에 매우 맞을 것 같은 느낌? 찾아듣는 음악이 될 것 같다.
아, 그리고 연주 끝나고 강남 와서 한 잔 했다ㅎ 진토닉 짱맛있어ㅎ
[오늘의 지출]
오늘 점심도 역시나 집까지 와서 먹을 시간이 없을 것 같아서 아침에 미리 샌드위치를 사갔다. 내가 늘 사먹는 샌드위치.. 누가 나보고 그 샌드위치 엄청 좋아하는 것 같다고 그랬는데, 사실 제일 싸서 먹을 뿐입니다...🥲 그래도 맛도 있으니까 뭐... 행복해...
개명한지 얼마 안 되서 운전면허증을 새로 발급했다. 이놈의 개명은 얼마나 사람 귀찮게 하는 일이 많은지, 은행을 그렇게 돌아다녔는데도 아직 다 마무리를 못했다. 오늘은 면허증이나 후딱 발급해버리자 싶어 인터넷으로 발급 신청을 했는데, 세상에 재발급 비용이 8천 원이었다. 민증은 개명이 사유면 공짜라 그랬는데...😢 면허증은 그런 거 없었다. 얄짤없이 8천 원을 결제하고 났더니 1월 말에 경찰서로 찾으러 오란다. 배송도.. 안 해주는 겁니까...🥲 개명도 참 바쁜 사람은 하기 힘들다.
연주회를 보고 진토닉까지 야무지게 마시며 회식을 마무리한 후에 코인노래방을 다녀왔다. 애매하게 취하면 집 들어가기가 싫다. 내일 출근해야 하니까 거하게 마시지는 못하는데, 너무 아쉬워서 친구를 불러 코인노래방에서 잠깐 놀았다. 5천 원... ㅎㅎ 반성해야지.. 5천 원도 모이면 얼마나 큰 돈인데. 아까까진 후회가 없었는데 이 글을 쓰다보니 좀 후회가 된다.. 다음부턴 잘 참아야지.
[음악가의 삶]
한창 음악을 배우고 있을 때, 동기의 어머니가 이런 말씀을 하셨다. "너희는 평생 돈을 버는 직업이 아니라, 돈을 쓰는 직업이다."
음악을 배우는 것에는 돈이 많이 든다. 음악을 하며 살기에도 돈이 많이 든다. 체념이란 말도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포기했던 기억이 난다. 스크랴빈의 곡을 연주하던 피아니스트는 해외에서 연주하며 특별한 경험을 하고 고품격의 취향을 쌓아가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그는 거만하거나 오만하지 않았고, 아주 겸허한 태도로 조곤조곤히 자신의 이야기를 했다. 나는 그의 이야기가 참 듣기 좋으면서도 가슴 속에 피어나는 열등감을 어찌하지 못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스물 몇 살의 내가 그랬던 것처럼 또다시 빠르게 모든 마음을 내려놓았지만, 조금 씁쓸한 마음이 남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나는 꿈을 포기하고 돈을 버는 것이 부끄럽지 않다. 안정적인 삶을 살아간다는 것은 축복이다. 사실 아직 그리 안정적이지도 못하지만. 아직 한참 더 많은 것을 해야하고 지켜야 하고 이루어야 한다. 나는 열심히 살고 있고 부끄럽지 않다.
근데 가끔, 아주 가끔 사는 게 부끄러워진다. 오랜 시간 음악을 배워온 사람을 보면, 자신의 꿈을 계속 지켜낸 결과를 찬란히 빛내는 사람을 보면 부끄러워진다. 안 부끄럽고 싶은데 간혹 부끄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