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안 쓰기 챌린지 1일차 #돈모으기 #지출줄이기
쓸 데는 많은데 쓸 돈은 없다.
불필요한 지출을 줄여보자.
돈 안 쓰기 챌린지 오늘부터 시작!
[챌린지를 시작하는 이유]
나에게는 11살 차이 나는 늦둥이 동생이 있다. 동생은 얼마 전 수능을 본 19살 고3이다. 현재 대학 수시 면접을 보러 다니는 중이고, 운이 나쁘지 않다면 내년에 인서울을 할 예정이다.
오늘 아침, 맥도날드에서 아침을 먹으며 동생이 면접보고 나오길 기다리고 있었다. 아침을 다 먹고도 한참을 기다리다 보니 문득 '앞으로 동생이 대학 생활 하는 데 돈이 얼마나 들어갈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등록금이야 학자금 대출을 받는다 해도, 서울에 집을 구하고 생활하는 데 드는 돈이 한 두 푼이 아닐 것 같았다. 우리집은 형편이 썩 좋은 편이 아니라서 동생이 제대로 대학 생활을 하려면 내가 많이 보태어야 한다. 그렇게 점점 내년에 들어갈 돈을 계획하다 보니 나의 소비 습관을 바꿀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 상황 분석]
나는 이제 취직한지 갓 1년이 된 사회초년생이다. 갑자기 서울로 올라오게 되어 나의 보금자리를 마련하는 데에 돈이 많이 들었고, 월세와 관리비 등으로 고정지출도 큰 폭으로 늘었다. 모아둔 돈이 없었기 때문에 중기청을 받고도 나머지 보증금을 낼 돈이 없어서 대출도 제법 받았다. 보증금 대출과 학자금 대출, 아주 조금 넣고 있는 적금과 월세, 보험, 휴대폰 요금, 할부까지 모두 합하면 한달에 고정지출만 140만 원에 육박한다.
다른 사람들은 고정지출이 어떻게 되는지 모르지만, 내게 있어 이 고정지출은 더이상 줄일래야 줄일 수 없는 필수적인 지출이다. 따라서 이외에 나의 생활비, 용돈으로 쓰이는 지출에 대하여 소비 습관을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
고정지출을 제외한 나머지 지출은 대부분 먹는 것에 쓰인다. 옷이나 화장품같은 것에는 돈을 잘 쓰지 않고, 정말로 거의 먹는 데에만 쓴다. 친구 만나고 노는 것을 좋아해서 술값, 외식비로 많이 나가는 편이다. 혼자 살면서 배달 음식을 먹는 비중도 늘었다. 회사에서 점심을 사먹는 돈도 무시할 수 없다. 덕분에 한달 월급을 받으면 쥐꼬리만한 적금 외에 돈을 더 모으기는 커녕 적자나 나지 않으면 다행인 상황이 되어버렸다. '보증금 때문에 생긴 대출금은 갚으면 내 돈이다.' 라는 정신 승리는 지금 상황에선 별로 도움이 안 된다.
[챌린지 규칙]
고정지출을 줄이는 것은 어렵다. 고정지출 중 내가 사치를 부리고 있는 부분이 있다면 '기부'와 '유튜브', 'JTN(문화생활)' 정도일텐데, 개인적으로 '기부'와 '유튜브'는 포기할 수 없는 부분이다.
'JTN'은 쉽게 말해 문화생활 정기 구독 서비스? 라고 할 수 있는데 10개월 동안 구독비를 내면 여러가지 문화 공연 티켓과 할인 서비스를 제공한다. 들을 땐 혹해서 구독을 시작했는데, 막상 구독하고 나니 일하느라 바빠서 공연을 전혀 안 보고 있다. 조만간 해지 시 위약금을 알아봐야겠다. 잘 해결된다면 고정지출에서 'JTN' 금액은 줄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래봤자 6만 원도 안 되는 돈. 나머지는 도저히 줄일 수가 없는 부분들이다. 그렇다면 남은 돈은 쥐꼬리 만해도 나의 생활비, 용돈으로 쓰는 지출을 줄이는 수밖에. 그리하여 '돈 안 쓰기 챌린지'를 위해 다음과 같은 원칙을 정했다.
- 원칙 -
나는 엥겔 지수가 높은 편이다. 고정지출 외에는 대부분 먹는 데 쓴다. 밖에서 사먹거나 시켜먹는 일도 많고 회사 점심 시간에 사먹는 일도 잦다. 종종 편의점에 들러서 4-5,000원 씩 간식을 사먹기도 하는데, 이도 모이면 무시 못할 금액이다. 따라서 위의 4가지 원칙을 정했다. 배달 음식이나 편의점은 아예 금지하고, 점심은 어차피 회사와 집이 10분 거리이기 때문에 집에 와서 먹기로 정했다. 4번 사항의 경우, 삼성 페이 결제가 너무 간단하다보니 지출이 쉽게 일어나게 하는 요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삼성페이를 쓰지 않고 체크 카드만 쓰기로 정했다.
- 지출 허용 범위-
그러나 챌린지를 하겠다고 해서 지출을 아예 하지 않을 수는 없는 일이다. 속세를 떠나기로 결정한 것이 아니라면 사람들도 만나야 하고 음식도 먹어야 하고 병원도 가야 하니까. 그래서 지출 허용 범위를 다음과 같이 제한했다.
사람도 식물처럼 광합성을 할 수 있다면 식비를 줄일 수 있을텐데. 안타깝게도 광합성은 식물만 할 수 있으므로 사람은 음식을 먹어야 한다. 그러니 최소한의 식비만 써보기로 했다. 쌀과 찌개, 반찬 재료 정도의 식재료만 장을 봐서 식비를 줄여볼 계획이다.
지출을 줄이기로 마음 먹었지만, 그렇다고 사람을 아예 안 만날 수는 없다. 왜냐면 나는 극E의 성향이고 사람을 만나지 않고 집에 있으면 쉽게 우울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주일에 한 번 나가는 독서 모임은 꼭 나가기로 했다. 독서 모임은 카페 이용비(커피값) 말고는 더 돈 쓸 일이 없기 때문에 지출이 적은 편이다. 게다가 회사 복지 혜택으로 도서를 구매할 수 있기 때문에 정말로 커피값 외에 들어가는 비용이 없다.
병원비도 빼놓을 수 없는 지출이다. 원래도 어깨 쪽이 별로 안 좋았는데, 취직하고 매일 사무실에 앉아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모니터를 바라보고 있는 생활이 지속되자 목과 어깨 허리까지 통증이 심해졌다. 더이상 두고 볼 수 없다고 생각되어 현재는 주 1회씩 도수치료를 다니고 있다. 다행인 점은 실비처리가 되어 개인부담 비용이 만 원 밖에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외 경조사나 명절 등 꼭 지출이 필요한 경우도 범위 안에 넣기로 했다. 자주 발생하는 이벤트들은 아니지만 당장 다음달이 설 연휴다. 돈을 얼마나 쓸런지 벌써부터 좀 긴장이 된다.
이 규칙들을 잘 지킬 수 있을까? 일단 이번 달이 12월이라 걱정이 많이 된다. 몇 달 전부터 연말 약속이 몇 개 잡혀있어서 약속된 지출이 있는 상황이다. 이미 잡힌 약속은 어쩔 수 없어도 혼자 쓰는 지출이라도 최대한 줄여봐야겠다.
[목표 & 기대 효과]
이 챌린지의 목표는 크게 2가지이다.
1. 월 적금 납입액을 50만 원까지 늘리기
2. 동생 기숙사 비용 모으기
지금 내가 10만 원씩 넣고 있는 적금은 '청년희망적금'으로 이율이 높은 편이다. 한달 최대 50만 원씩 넣을 수 있는데, 지난 1년 동안 도저히 지출을 줄이지 못해서 10만 원씩만 넣고 있었다. 이제 지출을 많이 줄이고 내년 안으로 50만 원으로 늘릴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계획을 짜면서 동생의 내년 거처는 자연스럽게 기숙사로 정해졌다. 지금 상태로 자취방을 구하는 것은 무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동생에게 이에 대한 내용을 충분히 얘기하고 성적 관리를 열심히 하자고 합의를 봤다. 말처럼 쉽지는 않겠지만 제발.. 보증금을 모을 때까지만이라도 기숙사에서 버텨주길 바란다. 성실한 녀석이라 그래도 믿음이 간다.
기숙사는 원룸에 비하면 보증금도 없고 비싼 편도 아니지만, 그래도 150-160만 원 정도 되는 비용을 한꺼번에 지불해야하니 부담이 없는 것은 아니다. 현재는 기숙사 비용으로 100만 원 정도 모아놓은 상태이다. 1-2달 정도 더 모으면 내년 1학기 기숙사 비용은 된다. 제발 동생이 쭈욱 기숙사에서 살아주길 바라는 바이다...
챌린지를 통해 내 지출을 줄이고 더불어 건강한 식습관도 생기면 좋겠다. 내 지출 항목은 대부분 식비였으므로, 외식 및 배달 음식을 줄이고 집밥을 챙겨먹으면 좀 더 건강해지지 않을까(체중이 줄어들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다. 바라는 게 너무 많은가?ㅎㅎ
써놓고 보니 너무 무리한 계획은 아닌지, 내가 과연 이 계획대로 할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이 생긴다. 그렇지만 최대한 동생의 대학 생활을 생각하며 독하게 마음 먹어보려 한다. 이 블로그에 매일 글을 쓰면서 스스로를 다독여볼 생각이다. 화이팅! 이제 겨우 1일차니까 먼 미래까지 생각하지 말고 그저 하루하루 잘 해내보자!